2013년 9월 25일 수요일

홈스글랜



부엌의 쪽방이었다. 첫 인상은 아담하고 아늑해보였고, 특히 책상이 맘에 들었다.

난 아저씨에게 책상을 양보했다.

밤에 잠을 자면서 아저씨의 인생역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아저씨는 아마추어 마라토너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으며,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아내는 속샘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아들을 무척이나 그리워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마땅히 능력이 없으셨던 아저씨는 홀로 호주에서 정착하겠다고 오신것이었다. 나보다 일주일 먼저 와계셨고, 무척이나 영어가 서툴었다.

아저씨의 일과는 영어공부와 성경책, 그리고 이따금 한국으로의 전화였다.

한국에 전화를 하고 나면 약간 분위기가 다운되어서 슬퍼보이기까지 했다.

아저씨와 생활을 하다보니 나도 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대신에 아저씨를 위해서 이런저런 재료를 챙겨서 밥을 해드리곤 했다.



한국에서 정확하게 현금을 3000불을 가지고 왔는데 이곳에서 일주일을 생활하면서 2500이하로 떨어져버렸다. 이대로 가다간 두달도 못되서 돈이 바닥이 나버릴 것 같았다.

난 10$의 행복이라는 부제로 일주일을 살아봤다. 중간에 캠프를 다녀오기 위해서 50달러를 사용한 것을 빼면 거의 돈을 쓴적이 없다. 무작정 영어 공부와 동네 산책만 다녔다.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인사하고 길을 물어봤다.

how can i get to....

where is the.....



무조건 물어보고 들어봤다...

영어는 자꾸 써야 는다고 하는데 난 영.. 안느는 것 같았다..

weekly 기차표를 사서 rmit 프리스쿨에 다녔다.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났고, 공짜지만 영어 강습도 받을 수 있었다. 영어 강의가 끝나면 근처에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봤다.





쉐어하는 집의 다른 방 식구들

모두 좋은 친구들이었다. 그들과 가끔씩 부엌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하고, 음식도 나누어 먹기도 했다.



멜번은 무척이나 쌀쌀한 도시였다. 우리나라와 반대이기는 하나 호주의 남부이기에 겨울이란게 있었다.

호주의 북쪽은 적도와 가까워 일년내내 여름이라고 했다.



겨울은 3~4도가 최고로 추울 때이고, 햇빛이 내리쬐면 바로 봄날씨가 되는등.. 날씨가 엄청나게 변덕스러웠다.

오리털 파카를 입고 가던 사람들이 보이는가 하면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기도 하고, 한겨울인데도 도서관 앞에서 벗고 썬텐을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아직은 적응이 안되는 때였지만 꾿꾿이 공부하고 영어를 배워야 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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